거꾸로 읽는 시 - 서연정(1959~ )

빚어 숨 불어넣고 뜨거운 펜 놓았겠지
뒤에서부터 한 행씩 더듬어 올라 간다
깊은 산 시의 탯자리 분화구를 찾아서
도착이 출발인 걸 정상은 원점이다
씨앗 속 꽃잎 같은 휘파람을 물고서
아름찬 벼랑을 날아 발자국을 지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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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시를 거꾸로 읽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어떤 사유와 언어들이 모이고 빚어져 한 편의 시가 탄생되었는지 ‘시의 탯자리 분화구를 찾아’가는 시 속의 문학 기행이 되겠군요. 우리 삶도 거꾸로 살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요.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 가며 ‘발자국을 지운 새’처럼 ‘벼랑을 날아’ 오를 수 있을 텐데요.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사람들의 이런 바람을 잘 읽었기에 많은 반향을 불러올 수 있었겠지요. 그런데 왜 벤자민에게만 시간이 거꾸로 갈 수 있는지 안타까운 요즘입니다. <강현덕·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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