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성현들을 찾아다니며
이것 저것 높은 말씀 들어봤건만
언제나 같은 문을 출입했을 뿐
나 자신 깨우친 것 하나 없었네
천국이 별것인가, 욕망 충족의 환영이요
지옥이 별것인가, 어둠 속에 던져진
불붙은 영혼의 그림자일 뿐, 우리 모두
그 어둠에서 나와 다시 거기로 돌아갈 몸
세속의 영화 위해 한숨 짓는 이,
예언자의 천국 바라 한숨 짓는 이,
귀한 것은 현금이니 외상 약속 사양하세
먼 곳의 북소리에 귀기울여 무엇하리
황금 싸라기를 아껴 쓴 사람이나
물쓰듯 바람에 날려 보낸 사람이나
황금의 대지로 화신할 수 없는
죽어 묻히면 그 아무도 파보지 않으리
살아나는 풀잎이 뒤엎은 강둑,
그 위에서 노닐 때에는 조심을 하오.
그 옛날 귀한 이의 입술 위에서
몰래 핀 풀인지 누가 알리요
시집 한 권, 빵 한 덩이, 포도주 한 병,
나무 그늘 아래서 벗 삼으리
그대 또한 내 곁에서 노래를 하니
오, 황야도 천국이나 다름없어라
오마르 하이얌(1048~1131년께)의 시집『루바이야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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