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부비며
-세르게이 예세닌(1895~1925)
비뚤어진 미소는 집어치워,
나는 지금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어.
너는 아니다
너는 너 자신이 알고 있을 거야
잘 알고 있고말고.
내가 쳐다보는 것은 네가 아니다
너에게 온 것도 아니다.
네 옆을 그냥 지나쳐도
내 마음은 아무렇지도 않아.
다만
창문을 들여다보고 싶어졌을 뿐이야.
안 되는 사랑에 대해서라면 반대로 말해야 할 때가 있다. ‘나’는 ‘너’를 폄하하고 무시하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투로 주절댄다. 주정하듯 괜찮다고 자꾸 말하는, 이 괜찮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는 가시처럼 따갑다. 다른 사랑을 얻은 자는 이러지 않는다. 창문 같은 게 보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노문학자에게 문의해보니, 원문은 별로 반어적이지 않다고 한다. 원문의 화자가 더 매몰차게 말한다고 한다. 강한 의역이 더 큰 감동을 낳는 걸 보니, 번역은 또 다른 창작 같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세르게이 예세닌(1895~1925)
비뚤어진 미소는 집어치워,
나는 지금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어.
너는 아니다
너는 너 자신이 알고 있을 거야
잘 알고 있고말고.
내가 쳐다보는 것은 네가 아니다
너에게 온 것도 아니다.
네 옆을 그냥 지나쳐도
내 마음은 아무렇지도 않아.
다만
창문을 들여다보고 싶어졌을 뿐이야.
안 되는 사랑에 대해서라면 반대로 말해야 할 때가 있다. ‘나’는 ‘너’를 폄하하고 무시하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투로 주절댄다. 주정하듯 괜찮다고 자꾸 말하는, 이 괜찮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는 가시처럼 따갑다. 다른 사랑을 얻은 자는 이러지 않는다. 창문 같은 게 보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노문학자에게 문의해보니, 원문은 별로 반어적이지 않다고 한다. 원문의 화자가 더 매몰차게 말한다고 한다. 강한 의역이 더 큰 감동을 낳는 걸 보니, 번역은 또 다른 창작 같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랍-박연준(1980~) (0) | 2018.02.19 |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김종삼(1921~1984 ) (0) | 2018.02.07 |
어떤 나무의 말 - 나희덕(1966~) (0) | 2018.02.02 |
성북역-(1961~) (0) | 2018.01.26 |
가슴-김승희(1952~) (0) | 2018.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