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역
-강윤후(1961~ )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다가
나는 알게 되었지
이미 네가
투명인간이 되어
곁에 서 있다는 것을
그래서 더불어 기다리기로 한다
어떤 사랑은 갑작스런 화재 같아서 그치고 나면 재가 남는다. 시에는 재 위에 혼자 남은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처방이 있다. 사랑을 폐기하지도 않고 슬픔에 매몰되지도 않는, 상상의 고독한 길. ‘나’의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오지 않는 ‘너’는 ‘투명인간’으로 변형된다. 안 보이는 사람은 눈에만 띄지 않는 것일 뿐 없는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다. 그 사람은 마음속에 있다. 눈앞에 있든 없든 사랑은 모두 누군가의 마음을 먹고 산다. 그의 상상이 투명인간을 발명하자 한 사람은 두 사람이 되고, 기다림은 다른 기다림이 된다. 두 사람은 ‘더불어’ 무엇을 견디는 걸까. 아마도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강윤후(1961~ )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다가
나는 알게 되었지
이미 네가
투명인간이 되어
곁에 서 있다는 것을
그래서 더불어 기다리기로 한다
어떤 사랑은 갑작스런 화재 같아서 그치고 나면 재가 남는다. 시에는 재 위에 혼자 남은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처방이 있다. 사랑을 폐기하지도 않고 슬픔에 매몰되지도 않는, 상상의 고독한 길. ‘나’의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오지 않는 ‘너’는 ‘투명인간’으로 변형된다. 안 보이는 사람은 눈에만 띄지 않는 것일 뿐 없는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다. 그 사람은 마음속에 있다. 눈앞에 있든 없든 사랑은 모두 누군가의 마음을 먹고 산다. 그의 상상이 투명인간을 발명하자 한 사람은 두 사람이 되고, 기다림은 다른 기다림이 된다. 두 사람은 ‘더불어’ 무엇을 견디는 걸까. 아마도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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