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채호기(1957~ )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오돌오돌한 감귤 껍질
누군가 껍질을 까면
시고 달착지근한 말랑말랑한 것
실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작은 심장
먹을 수 없어서 망설입니다
살아서 두근거리는 연약한 것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것들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
시인은 지금 감귤을 본다. 껍질은 '뭔가'를 안고 있다. 껍질을 까면 귤은 육쪽마늘처럼 여러 개 심방과 심실로 된 작은 심장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것은 가녀리지만 살아 숨 쉰다. 시인은 머뭇거린다. 그는 '뭔가'가 무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귤의 과육에서 먹어선 안 될 어떤 것을 보았다. 시인의 심장도 감귤처럼 두근거리고 있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감귤
-채호기(1957~ )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오돌오돌한 감귤 껍질
누군가 껍질을 까면
시고 달착지근한 말랑말랑한 것
실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작은 심장
먹을 수 없어서 망설입니다
살아서 두근거리는 연약한 것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것들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
시인은 지금 감귤을 본다. 껍질은 '뭔가'를 안고 있다. 껍질을 까면 귤은 육쪽마늘처럼 여러 개 심방과 심실로 된 작은 심장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것은 가녀리지만 살아 숨 쉰다. 시인은 머뭇거린다. 그는 '뭔가'가 무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귤의 과육에서 먹어선 안 될 어떤 것을 보았다. 시인의 심장도 감귤처럼 두근거리고 있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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