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기일-강성은(1973~ )

~Wonderful World 2018. 6. 8. 00:25
기일                
-강성은(1973~ )

 

시아침 6/7

시아침 6/7

버려야 할 물건이 많다  
집 앞은 이미 버려진 물건들로 가득하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버리고 나면 보낼 수 있다  
죽지 않았으면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를 내다 버리고 오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것만 같다  
 
한밤중 누군가 버리고 갔다  
한밤중 누군가 다시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창밖 가로등 아래  
밤새 부스럭거리는 소리
 
 
이별이든 사별이든, 헤어짐은 헤어짐이란 말로 쉬 끝나지 않는다. 끈질긴 뒤끝이 있다. 떠난 이의 물건을 버리면 떠난 이가 완전히 떠나는가. 효험은 확실치 않고, 생각 가지고 해결될 일 같지도 않다. 내가 누군가를 버리듯 누가 날 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들 이리 비슷하게 사는 걸까. 버렸다가는 찾아오고, 다시 버렸다가는 또 찾으러 나가며.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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