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2
-김용호(1912~1973)
사닥다리를 조심스레 하나하나 올라갔습니다.
연륜(年輪)이 다 찬 꼭대기에서
어머니
나는 또 어디로 옮아가야 합니까?
(…)
속절없는 나의 곡예에 풋내기 애들의 손뼉이 울리고
누군가
<피에로>
<피에로>
하며 외치는 소리.
어머니
어찌하여 당신은 나에게 날개를 주시는 걸
잊으셨습니까?
광대는 사다리를 올라 공을 던지거나 줄을 타야 한다. 연륜이 다 찼다는 건 마지막에 닿았다는 뜻이리라. 우리도 이런 데 선 적이 있다. 아이들은 손뼉 치고 구경꾼은 환호하는 공중에서 그는 어지럽고 무서워, 울고 싶다. 그의 웃음 뒤엔 인간이라면 다 아는 슬픔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공중을 걸을 순 없다. 날개, 날개만 있다면!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날개 2
-김용호(1912~1973)

시아침 6/22
연륜(年輪)이 다 찬 꼭대기에서
어머니
나는 또 어디로 옮아가야 합니까?
(…)
속절없는 나의 곡예에 풋내기 애들의 손뼉이 울리고
누군가
<피에로>
<피에로>
하며 외치는 소리.
어머니
어찌하여 당신은 나에게 날개를 주시는 걸
잊으셨습니까?
광대는 사다리를 올라 공을 던지거나 줄을 타야 한다. 연륜이 다 찼다는 건 마지막에 닿았다는 뜻이리라. 우리도 이런 데 선 적이 있다. 아이들은 손뼉 치고 구경꾼은 환호하는 공중에서 그는 어지럽고 무서워, 울고 싶다. 그의 웃음 뒤엔 인간이라면 다 아는 슬픔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공중을 걸을 순 없다. 날개, 날개만 있다면!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날개 2
'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텃밭에서 - 윤중호(1956~2004) (0) | 2018.06.27 |
---|---|
별-신경림(1936~) (0) | 2018.06.25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신동엽(1930~1969) (0) | 2018.06.19 |
작업가자미-성윤석(1966~ ) (0) | 2018.06.16 |
석류 - 이상헌(1942~ ) (0) | 2018.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