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별-신경림(1936~)

~Wonderful World 2018. 6. 25. 04:38

별 
-신경림(1936~ )
  

시아침 6/25

시아침 6/25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안경으로 시력을 높이지 않아야 보이는 것이 있다면서, 그게 별이라니. 눈은, 모든 걸 욕망과 실용에 휩싸여 재고 평가하고 사용하려 하는, 메마른 마음을 뜻하는 것 같다. 그 마음을 내려놓으니 하늘에도 땅에도 사람 사이에도 지혜와 사랑의 별이 반짝인다. 밝아서 별을 못 보던 눈이 어두운 맹목이라면, 어두워 별을 보는 눈은 밝은 맹목이라 할 것이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