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어머니 - 이우걸(1946~)

~Wonderful World 2018. 7. 2. 07:24
어머니            
-이우걸(1946~ )  
 
시아침 7/2

시아침 7/2

아직도 내 사랑의
주거래 은행이다 
목마르면 대출받고 정신 들면 갚으려 하고
갚다가
대출받다가
대출받다가
갚다가….
 
 
은행은 돈을 꿔주거나 예금을 받아준다. 대출이자와 저축이자의 차이가 은행 이윤이다. 그런데 어머니 은행은 사랑을 꾸어준다. 자식은 그걸 무언가로 갚는다. 은행 대출은 어렵사리 갚아내기도 하는데 어머니의 사랑 대출은 갚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이 시의 내용이다. 부부 은행, 친구 은행, 자식 은행들은 뭐 어떻게든 상환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대출이자가 예금이자보다 현저히 낮은 곳, 아니 아예 없는 곳. 이 이상한 은행에선 그게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자식이 알 수 없는, 어떤 끝없는 사람이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