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오창렬(1963~ )
넘어질세라
내 어린 손 놓지 않으셨을
아버지의 손을
주사바늘 또 뽑으실세라,
간호사님들이 혈관 못 찾으실세라,
-ㄹ세라, -ㄹ세라,
핑계의 힘줄로
팔목 째 병상에 묶어대던,
혼수의 아버지보다 먼저 혼미해지던,
내 손들
위중하던 겨울밤들
'ㄹ세라'는 염려의 뜻을 가진 연결어미다. 시는 아버지의 염려와 자식의 염려를 견준다. 즉, 두 손을 견준다. 자식은 자신의 염려에,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를 묶던 손길에 일말의 자신이 없다. 같은 듯하지만 그의 손은, 아버지의 고통을 쥐고 있는 것이다. 붙잡으면 더 괴로워하는 아버지의 팔목을, 그러나 놓고 싶어도 놓을 수가 없다. 한 번 놓아버리면 다시 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중환자실
-오창렬(1963~ )

시아침 6/29
내 어린 손 놓지 않으셨을
아버지의 손을
주사바늘 또 뽑으실세라,
간호사님들이 혈관 못 찾으실세라,
-ㄹ세라, -ㄹ세라,
핑계의 힘줄로
팔목 째 병상에 묶어대던,
혼수의 아버지보다 먼저 혼미해지던,
내 손들
위중하던 겨울밤들
'ㄹ세라'는 염려의 뜻을 가진 연결어미다. 시는 아버지의 염려와 자식의 염려를 견준다. 즉, 두 손을 견준다. 자식은 자신의 염려에,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를 묶던 손길에 일말의 자신이 없다. 같은 듯하지만 그의 손은, 아버지의 고통을 쥐고 있는 것이다. 붙잡으면 더 괴로워하는 아버지의 팔목을, 그러나 놓고 싶어도 놓을 수가 없다. 한 번 놓아버리면 다시 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중환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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