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송재학(1955~ )
자신의 뼈와 이렇게 밀착해 본 적 있니?
하긴 가슴팍에서 삐죽하니
밖으로 튀어나온 뼈를 보았다
그건 내 늑골이기에 아프기만 했다
수척해진 소녀를 안자마자
사람이 아니라 뼈가,
견갑골로 모이는 소녀의 모든 뼈들의,
날것의 초점이 만져진다
내 뼈조차 덜커덕거리며 같이 여윈다
한 소녀를 안으니 몇 만 개의 뼈가 글썽거린다
뼈가 불거진 어린 몸은, 아프다. 보는 마음도 아프지만 뼈에 찔리고 있을 그 몸이 먼저 아플 것이다. 그런데 이 아픔을 보는 눈도 같지만은 않은 듯하다. 고통받는 인간의 상태를 우선 돌보고 봐야 하지 않을까. 세계 곳곳에 몇 대를 이어 한국인 난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난민(難民)을 지레 난민(亂民)이라 여기는 것 같다. 툭하면 이 땅을 떠나야겠다고 투덜대는, 정신의 난민이면서.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난민
-송재학(1955~ )

시아침 6/28
하긴 가슴팍에서 삐죽하니
밖으로 튀어나온 뼈를 보았다
그건 내 늑골이기에 아프기만 했다
수척해진 소녀를 안자마자
사람이 아니라 뼈가,
견갑골로 모이는 소녀의 모든 뼈들의,
날것의 초점이 만져진다
내 뼈조차 덜커덕거리며 같이 여윈다
한 소녀를 안으니 몇 만 개의 뼈가 글썽거린다
뼈가 불거진 어린 몸은, 아프다. 보는 마음도 아프지만 뼈에 찔리고 있을 그 몸이 먼저 아플 것이다. 그런데 이 아픔을 보는 눈도 같지만은 않은 듯하다. 고통받는 인간의 상태를 우선 돌보고 봐야 하지 않을까. 세계 곳곳에 몇 대를 이어 한국인 난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난민(難民)을 지레 난민(亂民)이라 여기는 것 같다. 툭하면 이 땅을 떠나야겠다고 투덜대는, 정신의 난민이면서.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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