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다섯에 대하여 - 서안나(1965~ )

~Wonderful World 2018. 7. 20. 02:05
다섯에 대하여    
-서안나(1965~ )  
  


막내 동생을 
지우지 못하겠더란 
어머니의 말 
새끼손가락이 저려 오는 


다섯이라는 말 
   
내가 사는 빌라 
흰 기저귀 펄럭이는 옥탑방 
도면에도 없는 
이마 순한 어린것의 
붉은 잠투정을 
너끈히 들어올리는   
오층이란 말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던 어른들 말씀 생각난다. 막내 동생은 다섯 번째 아이, 다섯 번째 손가락은 새끼손가락. 제일 작아서 깨물면 제일 아플 것 같은 막내 손가락은, 사층 집 옥상 위의 옥탑방을 닮았네. 옥탑방은 제일 작은 다섯 번째 층. 도면엔 없는 방이지만, 여기 조그만 사람이 살고 있어요. 제일 높은 아기가 자고 있어요.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