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에 내리는 눈
-이수정(1974~ )
바다엔, 한 생애를
지느러미에 맡기고 살던 것들이
수평선 너머로 가고 싶은 마음인 채로 죽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다 하는데,
흩어진 사체가 고운 눈처럼 내린다고 하는데,
구만 리 날고 싶은 눈 먼 가오리
햇빛이 닿지 않는 바다 밑에 엎드려
수평선 너머로 가고 싶던 마음들을
펼친 날개에 고이 받고 있다 하는데.
물고기의 수평선은 어떤 모습일까. 그 너머는? 넓고 깊은 바닷속에 인간의 그물에 걸리지 않은 물고기들이 고운 눈처럼 내리는 모습은 환상인 듯 아름답다. 나는 수평선을 지평선으로, 바다를 하늘로 자꾸 잘못 읽는다. 그리로 멀어져 간 또 한 사람을 생각한다. '눈 먼 가오리'는, 붕(鵬)새가 되어 저 장천에 오르는 『장자』의 곤(鯤)을 닮았다. 부디 잘 가시라.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이수정(1974~ )
바다엔, 한 생애를
지느러미에 맡기고 살던 것들이
수평선 너머로 가고 싶은 마음인 채로 죽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다 하는데,
흩어진 사체가 고운 눈처럼 내린다고 하는데,
구만 리 날고 싶은 눈 먼 가오리
햇빛이 닿지 않는 바다 밑에 엎드려
수평선 너머로 가고 싶던 마음들을
펼친 날개에 고이 받고 있다 하는데.
물고기의 수평선은 어떤 모습일까. 그 너머는? 넓고 깊은 바닷속에 인간의 그물에 걸리지 않은 물고기들이 고운 눈처럼 내리는 모습은 환상인 듯 아름답다. 나는 수평선을 지평선으로, 바다를 하늘로 자꾸 잘못 읽는다. 그리로 멀어져 간 또 한 사람을 생각한다. '눈 먼 가오리'는, 붕(鵬)새가 되어 저 장천에 오르는 『장자』의 곤(鯤)을 닮았다. 부디 잘 가시라.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체성-김언(1973~ ) (0) | 2018.07.30 |
---|---|
월식 -강연호(1962~ ) (0) | 2018.07.27 |
산 - 이건청(1942~) (0) | 2018.07.24 |
다섯에 대하여 - 서안나(1965~ ) (0) | 2018.07.20 |
숲을 바라보며 - 이수익(1942~ ) (0) | 2018.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