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들, 시인들

가을 저녁의 시-김춘수(1922~2004)

~Wonderful World 2018. 11. 11. 13:48

가을 저녁의 시-김춘수(1922~2004)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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