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이화은(1947~ )
재의 수요일
사제는 내 이마에 재를 얹었다
이곳의 죄는 모두 소멸되었다
순결의 땅임이 증명된 것이다
내게 죄 없는 몸이 한 뼘이나 있다니
이마에 닿았던 뜨거운 입술의 흔적은
이제 유적이 되었다
전례 미사가 집전되는 참회의 날에 사제가 내 이마에 재를 뿌린다. 죄는 씻기고 그곳은 깨끗해졌다 한다. 사랑도 통증이고 죄도 통증이어서 분간도 수습도 어려웠을 것이다. 어떤 불이 지나갔다고 해야겠지. 뜨거운 입술이 닿았던 한 뼘의 이마만이 죄 없는 땅이라니. 유적은 사람이 더는 살지 않는 곳이다. 사랑의 기억이 된, 이 깨끗하고 어룽어룽한 흔적을 다른 사랑이라 부르면 안 될까.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전례
-이화은(1947~ )

시아침 11/14
사제는 내 이마에 재를 얹었다
이곳의 죄는 모두 소멸되었다
순결의 땅임이 증명된 것이다
내게 죄 없는 몸이 한 뼘이나 있다니
이마에 닿았던 뜨거운 입술의 흔적은
이제 유적이 되었다
전례 미사가 집전되는 참회의 날에 사제가 내 이마에 재를 뿌린다. 죄는 씻기고 그곳은 깨끗해졌다 한다. 사랑도 통증이고 죄도 통증이어서 분간도 수습도 어려웠을 것이다. 어떤 불이 지나갔다고 해야겠지. 뜨거운 입술이 닿았던 한 뼘의 이마만이 죄 없는 땅이라니. 유적은 사람이 더는 살지 않는 곳이다. 사랑의 기억이 된, 이 깨끗하고 어룽어룽한 흔적을 다른 사랑이라 부르면 안 될까.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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