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들, 시인들

태양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서울-김경린(1918~2006)

~Wonderful World 2019. 3. 18. 02:12

태양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서울 
                                    김경린(1918~2006)
태양이
직각(直角)으로 떨어지는
서울의 거리는
플라타너스가 하도 푸르러서
나의 심장마저 염색(染色)될까 두려운데

외로운
나의 투영(投影)을 깔고
질주하는 트럭은
과연 나에게 무엇을 가져왔나.

비둘기처럼
그물을 헤치며 지나가는
당신은 나의 과거를 아십니까

그리고
나와 나의 친우들의
미래를 보장하실 수 있습니까

한때
몹시도 나를 괴롭히던
화려한 영상(映像)들이
결코 새로울 수는 없는
모멘트에 서서

대학 교수와의
대담(對談)마저가
몹시도 권태로워지는 오후이면
하나의 로직크는
바람처럼
나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간다.

손수건처럼
표백된 사고(思考)를 날리며
황혼이
전신주처럼 부풀어 오르는
가각(街角)을 돌아
플라타너스처럼
푸름을 마시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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