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기(家出記)-이생진
배낭 하나 메고 나왔다는 거
그리고 낯선 타향이라는 거
여관방에 머물며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궁색을 떨지만
그래도 그것이 내겐 값비싼 자유라는 거
피 흘려 얻은 것은 아니지만
자유는 소중하다
아껴 써야 한다
자유도 소모품이니까
밤늦게 창문을 열어
바다의 비밀을 볼 수 있고
나간다는 말 없이 나갈 수 있고
라면을 끓이든 누룽지를 끓이든 상관없고
어디로 가든 간섭이 없는 자유
세수를 하든 면도를 하든
세수를 않든 면도를 않든
거지같이 싸매고 다녀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
그런 값진 자유를 배낭 하나로 얻었다는 거
노숙 직전이지만
그것도 쟁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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