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씨의 아침 한때
-박용래(1925~1980)
쓸쓸한 시간은
아침 한때
처마 밑 제비
알을 품고
공연스레 실직자
구두끈 맬 때
무슨 일, 바빠
구두끈 맬 때
오동꽃 필 때
아침 한때
평일에도 갈 곳 없는 가장에게 집은 감옥이다. 수인(囚人)이 되지 않으려고 일 없이도 바쁜 척 구두끈을 매는 이 사람을 우리도 안다. 진땀 흘리며 출근 연기를 마친 그는 이제 어디로 가나. 바깥은 드넓은 감옥이므로, 그는 거리에 갇히고 공원에 갇히고 허기에 갇혀, 긴 하루를 견딜 것이다. 이 '쓸쓸한 시간'들이 너무 많다. 가난 구제를 얼마간이라도 하는 나라를 한번 보고 싶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Q씨의 아침 한때
-박용래(1925~1980)

아침 한때
처마 밑 제비
알을 품고
공연스레 실직자
구두끈 맬 때
무슨 일, 바빠
구두끈 맬 때
오동꽃 필 때
아침 한때
평일에도 갈 곳 없는 가장에게 집은 감옥이다. 수인(囚人)이 되지 않으려고 일 없이도 바쁜 척 구두끈을 매는 이 사람을 우리도 안다. 진땀 흘리며 출근 연기를 마친 그는 이제 어디로 가나. 바깥은 드넓은 감옥이므로, 그는 거리에 갇히고 공원에 갇히고 허기에 갇혀, 긴 하루를 견딜 것이다. 이 '쓸쓸한 시간'들이 너무 많다. 가난 구제를 얼마간이라도 하는 나라를 한번 보고 싶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Q씨의 아침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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