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곽효환(1966~ )

울컥 울음이 터졌다
멈출 수 없어 그냥 두었다
오랫동안 오늘 이전과 이후의 일만 있을 것 같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밤, 다시 견디는 힘을 배우기로 했다
그날을 어떤 날이라 특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텔레비전을 두고 말한다면, 이 울음은 어떤 사회적 재난과 관련된 듯하다. 그것이 심한 충격이어서 그는 앞으로의 삶에서 '오늘'을 지우지 못하리라 예감한다. 과연 '오늘'은 '그날'로 이름을 바꾼 채 오래 이어져 이 신음 같은 시에 닿았다. 어른을 아이처럼 울게 만드는 사회에서 그는 지금 슬픔을 견디는가. 아니, 희망을 견디고 있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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