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침묵한 뒤에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
오래 침묵한 뒤에 하는 말:
다른 모든 연인들 멀어지거나 죽었고,
싸늘한 등불은 갓 아래 숨고,
커튼도 무심한 밤 위에 드리웠으니
우리 이 예술과 노래의 드높은 주제를
말하고 또 말함이 옳으리라:
육체의 노쇠야말로 지혜; 젊은 날에
우리 사랑했지만 무지했어라.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연인들은 헤어지거나 죽어 땅에 묻혔다. 지금 등불은 빛나지 않으려 하고 커튼에 가린 밤은 무심하기만 하다. 시인은 이 쓸쓸한 늙음의 밤을 쓸쓸해 하는 대신에, 인생 지혜로 높이 들어 올려 찬양한다. 내일 모르고 달아오르던 젊은 날의 사랑은 그저 몽매한 것이었던가. 아니 그보다, 몸이 늙으면 뜨겁던 피는 식고 병이 낫기는 낫는가. 내일이 들려주는 말이니 믿어볼 수밖에.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오래 침묵한 뒤에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

다른 모든 연인들 멀어지거나 죽었고,
싸늘한 등불은 갓 아래 숨고,
커튼도 무심한 밤 위에 드리웠으니
우리 이 예술과 노래의 드높은 주제를
말하고 또 말함이 옳으리라:
육체의 노쇠야말로 지혜; 젊은 날에
우리 사랑했지만 무지했어라.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연인들은 헤어지거나 죽어 땅에 묻혔다. 지금 등불은 빛나지 않으려 하고 커튼에 가린 밤은 무심하기만 하다. 시인은 이 쓸쓸한 늙음의 밤을 쓸쓸해 하는 대신에, 인생 지혜로 높이 들어 올려 찬양한다. 내일 모르고 달아오르던 젊은 날의 사랑은 그저 몽매한 것이었던가. 아니 그보다, 몸이 늙으면 뜨겁던 피는 식고 병이 낫기는 낫는가. 내일이 들려주는 말이니 믿어볼 수밖에.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오래 침묵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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