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건청(1942~ )
산이 나를 막아선다
맨몸으로 오라고
짐승 되어 오라고
밀어내고 넘어뜨린다
기어서 기어서
벼랑에 다가서도
짐승이 아닌 나를 한사코
벼랑에서 밀어낸다.
인간은 자연에서 걸어 나왔으나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무시로 자연을 찾는다. 그러나 그곳에 터 잡고 살 수는 없다. 그러려고 하면 ‘산=자연’은 그를 한사코 밀어낸다. 시인은 그곳의 유구한 어떤 것에 접속하려 하지만, 산은 짐승들의 삶터다. 문명의 옷을 벗고 짐승이 되어 산으로 돌아갈 길은 없을까. 아마 단 한 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자연이 불현듯 그를 부를 것이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산
-이건청(1942~ )

맨몸으로 오라고
짐승 되어 오라고
밀어내고 넘어뜨린다
기어서 기어서
벼랑에 다가서도
짐승이 아닌 나를 한사코
벼랑에서 밀어낸다.
인간은 자연에서 걸어 나왔으나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무시로 자연을 찾는다. 그러나 그곳에 터 잡고 살 수는 없다. 그러려고 하면 ‘산=자연’은 그를 한사코 밀어낸다. 시인은 그곳의 유구한 어떤 것에 접속하려 하지만, 산은 짐승들의 삶터다. 문명의 옷을 벗고 짐승이 되어 산으로 돌아갈 길은 없을까. 아마 단 한 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자연이 불현듯 그를 부를 것이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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