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정체성-김언(1973~ )

~Wonderful World 2019. 4. 6. 12:12
정체성       
-김언(1973~ )
  
시아침 7/30


그에게는 보이지 않는 선수가 있다  
자정에도 결혼하는 남자가 있다  
중세에도 공항이 있으며  
기억에는 한계가 있다  
회화에도 한계가 있다   
올라갈 수 없는 계단이 있으며  
시간이 무한정 들어가는 노래가 있다  
뒤엉킨 손과 팔다리가 있다  
내 경력의 대부분은 거기서 쌓았으며  
고래와 관련된 일은 아니다  
그는 물고기가 아니니까  
밀가루도 아니니까  
붕어빵의 깊은 고민이 거기 있다 그게 누굴까?  
 
 
붕어빵은 늘 같은 모양이다. 제가 붕어빵이라는 데 한 점의 의문도 없다. 우리도 그렇다. 나는 나야, 라고 대개 확신한다. 그러나 나는 나인가? 믿기 어려운 때가 있다. 부인하고 싶을 때도 있다. 내 안에 다른 시간들과 온갖 장소들이, 낯선 인간들이 우글거린다. 나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