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와 더불어 - 구상
나는 홀로다.
너와는 넘지 못할 담벽이 있고
너와는 건너지 못할 강이 있고
너와는 헤아릴 바 없는 거리가 있다.
나는 더불더다.
나의 옷에 너희의 일손이 담겨 있고
나의 먹이에 너희의 땀이 베어 있고
나의 거처에 너희의 정성이 스며 있다.
이렇듯 나는 홀로서
또한 더불어 산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삶에
그 평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절벽에 대한 몇가지 충고 – 정호승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되라
절벽 끝에 튼튼하게 뿌리를 뻗은
저 솔가지 끝에 앉은 새들이 되라
기어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저 개미떼가 되라
구 개미떼둘아 망망히 바라보는 수평선이 되라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씩 절벽은 있다
언젠가는 기어이 올라가야 할
언젠가는 기어이 내려와야 할
외로운 절벽이 하나씩 있다
빗방울 하나가 – 강은교
무엇인가가 창문을 톡톡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또르르륵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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