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에 대하여 - 정호승(1950~)
벼락맞아 쓰러진 나무를 보고
처음에는 무슨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나보다 하고 생가했다
그러나 이듬해 봄날
쓰러지 나무 밑동에서
다시 파란 싹이 돋는 것을 보고
죄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나무가 벼락을 맞는다는 것을
나무들은 일생에 한번씩은 사람들을 위해
벼락을 맞고 쓰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누가 나무를 대신해서
벼락을 맞을 수 있겠느냐
오늘은 누가 나무를 대신해서
벼락맞아 죽을 사람이 있겠느냐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중에서
'파이핑 시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주 남산 - 정호승(1950~) (0) | 2022.01.07 |
---|---|
나무에 대하여 - 정호승(1950~) (0) | 2022.01.05 |
밥그릇 - 정호승(1950~) (0) | 2022.01.04 |
달 - 함민복(1962~) (0) | 2021.12.31 |
자화상 - 윤동주(1917~1945) (0) | 2021.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