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굽는 가을’- 최동호(1948~ )
썰렁한 그림자를 등에 지고
어스름 가을 저녁 생선 굽는 냄새 뽀얗게 새어 나오는
낡은 집들 사이의 골목길을 지나면서
삐걱거리는 문 안의
정겨운 말소리들 고향집처럼 그리워 불빛 들여다보면
낡아가는 문틀에
뼈 바른 생선의 눈알같이 빠꼼히 박힌
녹슨 못 자국
흐린 못물 자국 같은 생의 멍울이 간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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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은 바로 못 자국인가, 생선 굽는 냄새가 나는 골목길의 삶 속으로 어디에고 살 파
먹은 생선의 눈알 같은 빠끔한 못 자국이 잡히네, 우리들 마음의 문틀에도 그 못 자국
선명하지 않겠는가, 못 자국이야말로 생의 문틀에 박혀 있는 붉은 낙관이 아니겠는가….
그 멍울 오늘도 참 간간하다.
<신달자·시인> 2007.12.04 19:54 입력 / 2007.12.04 21: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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