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나는 시를 쓰고
최승자
고통의 잔치는 이제 끝났다.
기억의 되세김만이 남았을 뿐.
그러나 쟝르를 바꾸고
운명의 제목을 바꾸고
그러고도 살아남은 고통의 기억들.
그 위로 안개처럼 내리는 잠의 실중량.
슬프다 가이없다.
돌아와 나는 시를 쓰고
한 세기가 흘러가고
돌아와 나는 또 시를 쓰고.
여기는 어디인가,
내 일생의 유적지인가,
전생인가, 내세인가.
흔들며 흔들리며
눈 뜬 잠의 나날을
나는 잠행하고
내가 몸 눕히는 곳 어디서나
슬픔은 반작인다.
하늘의 별처럼
지상의 똥처럼.
돌아와 나는 시를 쓰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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