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들, 시인들

‘사랑하는 여인’- 폴 엘뤼아르(1895~1952)

~Wonderful World 2008. 3. 7. 04:06

‘사랑하는 여인’

           폴 엘뤼아르(1895~1952)

 

 

그녀는 내 눈꺼풀 위에 있고

그녀의 머리칼은 내 머리칼 속에

그녀는 내 손과 같은 형태

그녀는 내 눈과 같은 빛깔

하늘 위로 사라진 조약돌처럼

그녀는 내 그림자 속에 잠겨 사라진다 

그녀는 언제나 눈을 뜨고 있어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그녀의 꿈은 눈부신 빛으로 싸여

태양을 증발시키고

나를 웃게 하고, 울고 웃게 하고

할 말이 없어도 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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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는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만, 시인은 인생도 세상도 함께 바꾸려는 꿈을 놓치지 않는 존재. 이 겹침의 시학을 보여주는 이가 폴 엘뤼아르다. 즉, 타인(세계)을 통해 자신(삶)이 존재하기. 사랑하는 여인의 눈에서 자신이 환하게 밝혀지는, 이 눈빛의 정겨운 합침! 그래도 인생은 ‘선연한 헛것’, 시인의 아내이자 영원한 ‘그녀’ 갈라(Gala)는 나중에 화가 달리와 결혼하니.

<박형준·시인> 2008.03.03 20:3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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