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기형도(1960~89)
내
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 앓는 그대 정원에서
그대의
온밤 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20년 전, 서른 나이. 혁명과 시 사이에 선 채로 매달려 뜨거운 피 토하던 사려 깊은 청춘. 감투 찾는 사이비 혁명 떼거지, 돈과 흥행에 발가벗는 매춘부 시. 꼴사납다 홀로 선 순정과 순수. 그리움과 고독의 빈집. 서른, 꽃피는 나이에 묻혀 선 채로 타오르는 영혼. 기형도가 시의 꽃이 된 지 20년 오늘. <이경철·문학평론가>
2009.03.07 00:1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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