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이하석(1948~)
담배 때문에 수명이 짧아진다고 텔레비전에선 야단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죽지 않고 싸우며
여전히, 담배 연기가 아늑하게 인간의 내외에 깔려 있다.
그렇지만 나도 결국 끊어야 하지 않을까
하긴 끊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고, 그래서
오히려 끊는 게 더 공포스러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끊어야 한다면 담배보다 오히려 더 해로운 것들.
연애나 결혼, 또는 이렇게 시 만드는 일들…
이 치명적인 것들 끊는 게 더 급하지 않을까
담뱃갑이 여기, 오래전부터, 놓여 있다
그리고 재떨이는 거기 놓여 치워지지 않는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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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데서 담배 피우기는 규탄된다. 애연가들은 이제 평화롭고 깊게 애연할 수 없다. 선량한 주위 사람
들이 격는 간접흡연 피해가 크다 하니 가슴 아픈 일. 초목들도 괴로워 한다니 역시 가슴 아픈 일. 어쩐
다? 담배가 유일한 친구 같은 , 시 속의 주인공 같은 이들은 어찌 할까. 오래된 친구를 저 살자고 버리
나. 참, 심정만 갖고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말 못하겠네. <이진명·시인>
담배-이하석(1948~).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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