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봄마늘-정끝별

~Wonderful World 2012. 4. 13. 20:27

 

봄마늘 - 정끝별(1964~ )

 

 

욕설같이 불쑥 주먹같이

 

흰마늘쪽이 꿈틀,

 

매운 눈 비비며

 

폭음처럼 질주하는

 

숨가쁜 휘발성

 

시퍼렇게 물오른

 

상추 고추 사이 봄마늘 마늘고추장

 

마늘 향기 하얀 남도 마늘꽃

 

오 싱싱한 봄밤

 

꽃이 아니어도 풀이 아니어도

 

하르르 피워내는

 

저 화냥기좀 봐

 

쉿! 쉿!

 

당차게 뿜어대는 저 독기 좀 봐

 

봄바다를 게릴라처럼

 

상추 고추 사이 봄마늘 마늘고추장

 

마늘향기 하얀 남도 마늘씨

 

해동과 함께 심어야 했던 봄마늘, 지금쯤 독기를 품고 마늘이 솟아오를 것이다. 봄이다. 옷 속으로 스며드는 매운 바람 때문에 마늘도 매운 눈 비비며 욕설처럼 꿈틀 솟아오르겠구나. 폭음처럼 질주하며 숨가쁘게 가보자. 이 시의 리듬 타고 남도 어드메쯤 봄마늘 난다는 곳으로. <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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