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늘 - 정끝별(1964~ )
욕설같이 불쑥 주먹같이
흰마늘쪽이 꿈틀,
매운 눈 비비며
폭음처럼 질주하는
숨가쁜 휘발성
시퍼렇게 물오른
상추 고추 사이 봄마늘 마늘고추장
마늘 향기 하얀 남도 마늘꽃
오 싱싱한 봄밤
꽃이 아니어도 풀이 아니어도
하르르 피워내는
저 화냥기좀 봐
쉿! 쉿!
당차게 뿜어대는 저 독기 좀 봐
봄바다를 게릴라처럼
상추 고추 사이 봄마늘 마늘고추장
마늘향기 하얀 남도 마늘씨
해동과 함께 심어야 했던 봄마늘, 지금쯤 독기를 품고 마늘이 솟아오를 것이다. 봄이다. 옷 속으로 스며드는 매운 바람 때문에 마늘도 매운 눈 비비며 욕설처럼 꿈틀 솟아오르겠구나. 폭음처럼 질주하며 숨가쁘게 가보자. 이 시의 리듬 타고 남도 어드메쯤 봄마늘 난다는 곳으로. <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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