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 - 김영무(1944~2001)

죽음에도 울음이 터지고
탄생에도 울음이 터진다
남들을 울리며 떠나는 것이 죽음이라면
탄생은 스스로 울면서 올 뿐
삶의 끝과 시작에는 늘
눈물이 있다
캄캄한 하늘
칠흑의 어둠 가르며
별똥눈물 떨어진다
아, 갑자기 환해지는 마음
누가 죽었나
누가 태어났나
얼마 전에 큰 별똥이 떨어져서 화제가 됐었다. 대기 중에서 타버리지 않고 땅에 떨어진 이 운석의 영상을 보니, 보석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 희귀성 때문에 엄청난 환금가치가 예측되었다. 앞으로는 산삼을 캐러 다니는 심마니처럼 운석을 주우러 다니는 ‘별똥주이’가 새 직종으로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흔히 밤하늘에 유성을 보면 누군가 죽는 것으로 전해왔는데, 시인은 그 죽음의 별똥과 함께 누군가 또 태어난다고 믿는다. 별똥이 떨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 별똥의 눈물 속에 죽음과 탄생의 울음이 터진다. 울음이야말로 생사의 순간에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거룩한 소리 아닐까.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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