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나의 진가 -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Wonderful World 2014. 12. 6. 08:26

나의 진가 -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내 소원 중 하나는 그 어두운 나무들이,

너무 오래 되고 확고하여 산들바람 보일락말락이지만,

정말, 말하자면, 침울의 너무나 하찮은 가면 아니라,

뻗어나갔다는 거다, 운명의 모서리로까지.

나 보류는커녕 언젠가는

그것들의 광대무변 속으로 몰래 가버리게 되리라,

겁 내지 않고, 사방 펼쳐진 땅과,

느린 바퀴가 모래를 쏟는 신작로를 말이지.

나 모르겠다 왜 내가 돌아 올 일 있어야 할 지,

혹은 그들이 출발하여 나 온 길로

나를 따라 잡으면 안되는 건지, 여기서 날 보고 싶고

알고 싶을 텐데, 아직도 내게 그들이 소중한지 말이다.

그들이 날 보면 달라지지 않았을 것, 그들이 알았던 그에서-

좀 더 확신할 뿐, 내가 진실이라 여겼던 일체를 말이다.


39세에 첫 시집을 상재하고 장장 50년 동안 시를 쓰게 되는 시인의 말 그대로 ‘처음’. 농촌 모더니즘의 척도라 할 만하고 그의 시를 통틀어 처음의 지속 발전이라 명명할 만하다. 은인 에즈라 파운드의 충고를 경멸하고 밀어붙인 그의 농촌 어법은 스티븐스의 도시 어법과 함께 영어와 다른 미국어 어법에 크게 기여했다. 이 문구를, 그리 대접했어야 했다. <김정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