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의 위치
- 김행숙(1970∼ )

기이하지 않습니까. 머리의 위치 또한,
목을 구부려 인사를 합니다. 목을 한껏 젖혀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당신에게 인사를 한 후 곧장 밤하늘이나 천장을 향했다면. 그것은 목의 한 가지 동선을 보여줄 뿐, 그리고 또 한 번 내 마음이 내 마음을 구슬려 목의 자취를 뒤쫓았다는 뜻입니다. 부끄러워서 황급히 옷을 입듯이.
당신과 눈을 맞추지 않으려면 목은 어느 방향을 피하여 또 한번 멈춰야 할까요, 밤하늘은 난해하지 않습니까. 목의 형태 또한,
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 대하여.
목에서 기침이 터져 나왔습니다. 문득, 세상에서 가장 긴 식도를 갖고 싶다고 쓴 어떤 미식가의 글이 떠올랐습니다
(…)
‘미래파’뿐 거의 모든 젊은 시 입문용으로 이만큼 친절하고 겸손하고 앙증맞고, 섹시까지 한 작품이 없다. 하나가 기이하면, 하나를 기이하다고 보면 생의 당연이 순식간 기이의 도미노로 돌변한다. 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가 의문인지 아닌지 애매할 정도로. 난해가 난해의 명징을 이루었으므로, 현실과 맞아떨어지므로, 사실 그대로이므로, 즉 진실이므로 젊음이 고전이라고도 하겠다. <김정환·시인>
목의 위치.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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