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일종의 상실 - 잉게로보르크 바하만(1926∼73)

~Wonderful World 2014. 12. 21. 16:46

일종의 상실 - 잉게로보르크 바하만(1926∼73)


공동 사용: 계절, 책들과 음악 하나.

열쇠, 찻잔, 빵 바구니, 시트들과 침대 하나.

혼수, 말들의, 몸짓들의 그것, 가져온, 사용된, 소비된.

집안 규칙, 지켜진. 말해진. 행해진. 그리고 언제나 손에 닿는.

겨울과, 비엔나 7중주와 그리고 여름과 내가 사랑에 빠졌다.

지도와, 산 둥지와, 한 해변과 그리고 하나의 침대와.

(…)

두려움 없었지 종교로, 왜냐면 교회가 이 침대였다.

바다를 보는 것에서 떠올랐다 나의 무궁무진한 회화(繪畵)가.

발코니 아래 있었다 사람들, 나의 이웃들이, 인사하러.

난롯불 가에서, 안전하게, 내 머리카락 가장 예외적인 색깔이었다.

초인종 소리가 경보였다, 나의 기쁨 알리는.

네가 아니다 내가 잃은 것은,

세상이다.


패전국 독일의 신세대 양심으로, 의식적인 죄의식 제의를 언어의 극한으로 수행하고 소설로도 못지않은 성공을 거두었으나 막스 프리쉬와 헤어진 충격으로 인한 정신-육체적 피폐화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기 직전 예전 수준의 시적 감수성 회복을 맞아 써낸 일곱 편 가운데 최고작. 마지막 두 행이, 원망을 벗은 것은 물론, 전체를 여러 번 읽는 바로 그만큼 다양하게 해석된다. <김정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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