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이종형(1956~ )
시아침 6월5일
창 밖
동백나무 숲에서
어치 한 쌍 재재거린다
폭설 속에서
가장 난폭한 짐승은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는 아침
저 순한 것들의
날갯짓이 눈부시다
사람에게 가장 잔혹한 건 사람인 것 같다. 같은 민족을 가장 괴롭히는 것도 같은 민족이지 않을까. 역사의 어느 갈피들에는 흘려선 안 되었던 피가 고여 있다. 제주의 ‘4.3’이 그렇다. 짐승인 새는 순하고 무구하기만 한데 인간은 제일로 난폭한 짐승이다. 인간은 어째서 이럴까. 학살자와 희생자와 남은 자 모두 같은 민족 같은 인간이라는 것. 그걸 앓는 제주 시인의 목소리가, 멀리서도 아프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이종형(1956~ )
시아침 6월5일
창 밖
동백나무 숲에서
어치 한 쌍 재재거린다
폭설 속에서
가장 난폭한 짐승은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는 아침
저 순한 것들의
날갯짓이 눈부시다
사람에게 가장 잔혹한 건 사람인 것 같다. 같은 민족을 가장 괴롭히는 것도 같은 민족이지 않을까. 역사의 어느 갈피들에는 흘려선 안 되었던 피가 고여 있다. 제주의 ‘4.3’이 그렇다. 짐승인 새는 순하고 무구하기만 한데 인간은 제일로 난폭한 짐승이다. 인간은 어째서 이럴까. 학살자와 희생자와 남은 자 모두 같은 민족 같은 인간이라는 것. 그걸 앓는 제주 시인의 목소리가, 멀리서도 아프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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