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2
-오승강(1953~)
-오승강(1953~)

어른들이 싸우고 있습니다
온갖 존칭을 다 붙이고
존칭을 지키기에 눈이 먼 어른들
이름보다 존칭을 더 소중히 여기는 어른들 곁을
오관이 열려 있는 아이들
받아들일 것만 가진 아이들이
눈여겨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사는 것 같다. 격식을 차리고 점잔을 빼지만 그 언행과 처신의 핵심은, 나 무시하지 말라거나 나 알아달라는 거만 또는 조바심이다. ‘존칭’이 인간을 높여줄 리는 없는데도. 힘센 자들의 저열한 다툼과 너절한 행실은 세상 공기를 더럽힌다. 그런데 아이들은 놀라면서 산다. 어린 눈과 귀에는 모든 게 낯설고 신기하기 때문이다. 좋은 것에 놀라기도 모자란 세상에 거칠고 비루한 ‘싸움’으로 꼭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할까. 처참하고 안쓰러운 저 ‘2세’ ‘3세’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닐 것이다. 잘못 보고 자라면 인간은 누구 말처럼, ‘괴물’이 된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표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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