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인사 - 맹문재 씨에게 - 김규동(1925~2011)

~Wonderful World 2012. 8. 8. 17:21

인사 - 맹문재 씨에게 - 김규동(1925~2011)


등불이 언제까지나 희미한 적 없어요

나도 당신과 같은 고통의 길 걸어왔지요

청춘은 알지 못할 위대한 길

두고두고 생명을 괴롭혀 왔습니다

생명은 너무 길었지요


시인이 왔습니다, 불운으로

그가 하늘과 구름 사이로 노래해 주었습니다

나는 시인을 따라 밤길을 걸었지요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은 하나의 길

그 고독이 나에겐 그리운 종소리였습니다


시인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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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은 언젠가는 또렷해집니다. 등을 들고 가는 사람은 찾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 길은 고통의 길이었지만, 순결했던 청춘의 명령을 따라 걸은 위대한 길이기도 했겠지요. 오래오래 고단했겠지요. 그때 그 청춘의 날에, 불운으로 시가 찾아왔습니까. 그래서 당신은 시인이 되어 긴 밤을 외롭게 노래했습니까. 길이 보여도 걸었고 안 보여도 걸었겠지요. 보이는 길과 안 보이는 길 모두 길이니까요. 그 언제나 시인이라는 걸 내려놓을 수 있을까 탄식도 했겠지만, 그것이 불운이었을 리 없지요. 그저 아득한 그리움을 따라간 길, 통일이기도 해방이기도 했을 빛을 찾아 걸은 여정이었겠지요. 세속의 승려여. 고독의 신도여. 시인이여, 안녕. <이영광·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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