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반성 156 - 김영승(1958~ )

~Wonderful World 2013. 5. 16. 18:52

반성 156 - 김영승(1958~ )

 

 

 


그 누군가가 마지못해 사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할 때

그는 붕어나 참새 같은 것들하고 친하게 살고 있음을 더러 본다

마아코트 폰테인을 굳이 마곳 휜틴이라고 발음하는 여자 앞에서

그 사소한 발음 때문에도 나는 엄청나게 달리 취급된다.

… (중략)

한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도

살벌할 만큼 다른 의미에서 거래된다.

그들에게 잘 보여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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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둔갑할 때가 있다.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 때문이다. 가령 프랑스에서 아믈렛, 미쉘 작송, 삭스피르는 모두 햄릿, 마이클 잭슨, 셰익스피어를 멋대로 부른 것이다. 찰스 바우들레어와 아서 램보드가 샤를 보들레르와 아르튀르 랭보를 영어식으로 적은 실수라는 사실을 이제는 모르지 않는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표기도 있다. 불꽃을 날리고 사라진 노신은 루쉰, 혁명가 주은래는 저우언라이가 되었다. 오래 전 금발 여학생이 건넨 말을 잊지 못한다. ‘자이룡그 쇼(Jae-Ryong CHO) 여름방학에 캄보디아에는 안 다녀오니?’ 프랑스에서 내 이름이 다른 의미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잘 보여야 필기한 노트를 빌릴 수 있었기에 꾹 참았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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