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아이들- 심언주(1962~ )

~Wonderful World 2019. 4. 11. 10:27
아이들
- 심언주(19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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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텅뭉텅 쏟아 놓은 아이들

아침마다 피는 아카시아 꽃

앞산, 뒷산

정강이에 발등에 아무렇게나 흘러내린

토끼풀 꽃, 찔레꽃

얼굴이 하얀 아이들

바람만 불어도 까르르 까르르

들길을 흔들며

숲길을 흔들며

햇빛 공화국으로

햇빛 네트워크로


꽃들이 세상을 덮을 때, 세상은 유쾌한 악보가 된다. 어린 음표들이 “까르르 까르르” 웃는 “햇빛 공화국”에서의 한때는 얼마나 큰 위로인가.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고 아픈 텍스트이지만, 자연은 한 번도 어김없이 때맞추어 우리를 방문한다. 그중에서도 만화방창(萬化方暢), 봄의 ‘위문공연’이 최고다. 잠시 위로받고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가도 좋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