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 유경희(1964~ )
초지를 찾을 수 없어서 집을 짓기 시작했지
바닥을 놓으니 땅의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기둥을 세우니 풍경이 상처를 입는다
지붕을 만드니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낮에는 갈 곳이 없었고 밤에는 무엇엔가 쫓겼어
내가 지상에서 바라는 것 하나
우루무치행 편도 티켓 하나
질 들뢰즈에 의하면 진리는 늘 생성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구축(構築)의 감옥을 거부한다. 그것은 유목민(노마드)처럼 끝없이 탈주한다. 집을 짓는 정주(定住)의 삶은 역설적이게도 “땅의 노래”를 들을 수 없게 하고 “풍경”에 상처를 입히며,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한다. 시인이 지상에서 바라는 유일한 것은 “우루무치행 편도 티켓 하나”이다. 그는 정주를 거부하며 고원(高原)에서 고원으로 이어지는 탈(脫)영토화의 삶을 꿈꾸고 있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노마드
- 유경희(1964~ )

바닥을 놓으니 땅의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기둥을 세우니 풍경이 상처를 입는다
지붕을 만드니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낮에는 갈 곳이 없었고 밤에는 무엇엔가 쫓겼어
내가 지상에서 바라는 것 하나
우루무치행 편도 티켓 하나
질 들뢰즈에 의하면 진리는 늘 생성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구축(構築)의 감옥을 거부한다. 그것은 유목민(노마드)처럼 끝없이 탈주한다. 집을 짓는 정주(定住)의 삶은 역설적이게도 “땅의 노래”를 들을 수 없게 하고 “풍경”에 상처를 입히며,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한다. 시인이 지상에서 바라는 유일한 것은 “우루무치행 편도 티켓 하나”이다. 그는 정주를 거부하며 고원(高原)에서 고원으로 이어지는 탈(脫)영토화의 삶을 꿈꾸고 있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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