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몰하는 저녁에-신현림(1961~) 함몰하는 저녁에-신현림(1961~) 갑자기 우리는 미친 듯이 어설프게,부끄럼도 없이 고민에 빠져서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나보고프의 이 말을 나는 좋아한다 패션처럼 흔들려도 너를 좋아한다 피묻은 가운을 걸친 채 작업장에서 돌아와 너는 나를 원한다 날아가버린 새들을 부르면서 저녁.. 처음 읽는 시들... 2014.07.08
새들의 생존법칙-김복근 새들의 생존법칙-김복근 설계도 허가도 없이 동그란 집을 짓고산다 작은 부리로 잔가지 지푸라기 물고와 하늘 보이는 숲속에서 별들을 노래한다 눈대중 어림잡아 아귀를 맞추면서 휘어져 굽은 둥지 무채색 깃철 깔고 무게를 줄여야 산다 새들의 저 생존법칙 대문도 달지 않고 문패도 없.. 처음 읽는 시들... 2013.05.15
우연히 읖다 우연히 읖다 우영(偶詠) 산 늙은이랑 산새랑 한 처마 밑에 함께 살지요. 어제는 제가 먼저 날더니 오늘 아침에는 내 뒤에 일어났구나. 山(산)翁(옹)與(여)山(산)禽(금) 相(상)宿(숙)一(일)籤(첨)裏(리) 昨(작)日(일)渠(거)先(선)飛(비) 今(금)朝(조)後(후)我(아)起(기) 우연히 읖다.hwp 처음 읽는 시들... 2012.12.23
넝클장미에 대한 의문-감태준 넝쿨장미에 대한 의문-감태준 아파트 담장을 넘나들던 넝쿨장미 자줏빛 싱싱한 꽃들이 졌을 때 아직 푸른 가시와 잎을 단 넝쿨은 뭐였을까 관리사무소 인부가 와서 꽃 떨어진 것들은 멋대가리 없다고 넝쿨을 싹둑싹둑 잘라 부대에 담아갔네 어디서 아프다, 아프다 하는 소리에 담장을 돌.. 처음 읽는 시들... 2012.10.24
봉화-고은 봉화(烽火) - 고 은 가리라 시뻘건 대대 육친같이 가리라 시꺼먼 대대 원수같이 눈 부릅뜬 혁명 앞두고 한밤중 화들짝 깨어난 봉홧불로 가리라 저 봉우리 저 봉우리 건너 저 봉우리 저 봉우리 건너 저 봉우리 저 봉우리의 칠흑 속 건너 가리라 동트기 전 천리 밖 역모 기어이 관악 봉수대 .. 처음 읽는 시들... 2012.10.06
봄밤-권혁웅(1967~) 봄밤-권혁웅(1967~)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소통하는 스위치를 완전히 내려버린 저 캄캄한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막혀버린 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거기에 토해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맛이었을까? 먹고 .. 처음 읽는 시들... 2012.09.20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5-진이정(1959~1993)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5-진이정(1959~1993) 나는 빛과 피가 섞인 칸타타를 작곡했노라 차마 현실에게 물고문을 하진 못하겠어 난 성실하게 꿈을 꾸어왔지 우린 꿈과 같이 있기만 해도 스캔들이 났던 거야 혀도 코도 눈도 귀도 몸도 뜻도 없는 천국을 위하여 난 감각기관을 심청이처럼 봉양.. 처음 읽는 시들... 2012.09.14
마흔다섯 - 이영광 (1965 ~ ) 마흔다섯 - 이영광 (1965 ~ ) 어쩌자고, 사람을 해쳐 쫓기다 깨어난 새벽 오그라든 집은 세상 끝의 은신처거나 감옥이다 살생도 도주도 숨음도 다 이, 땀에 젖은 몸뚱이가 어둔 밤에 저지른 일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수감생활이요 깎지 못할 형량이다 --------------------------------------------------------.. 처음 읽는 시들... 2012.01.11
촛불 -송찬호(1959~ ) 촛불 -송찬호(1959~ ) 촛불도 없이 어떤 기적도 생각할 수 없이 나는 어두운 제단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난 춥고 가난하였다 연신 파랗게 언 손을 비비느라 경건하게 손을 모으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얼마나 손을 비비고 있었을까 그때 정말 기적처럼 감싸쥔 손 안에 촛불이 켜졌다 주.. 처음 읽는 시들... 2012.01.11
역전 식당 - 김혜수(1959~ ) 역전 식당 - 김혜수(1959~ ) 국밥을 주문해놓고 티브이 화면 속 무균실 유리상자 안에서 밥숟가락 뜨는 아이를 보네 육체에 배달되는 밥이라는 세균 병 깊어 투명한데 밥 한술 뜨는 게 필생을 기울이는 의식이어서 읍하고 서서 마음으로 대신 밥을 먹고 있는 어미 먹는 게 아니라 다만 먹어.. 처음 읽는 시들... 201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