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집- 이학성(1961 ~ ) 소리의 집- 이학성(1961 ~ ) 귀는 멀리서 오는 소리를 듣는다 귀 속에는 여러 갈래 길이 아래로 뻗어 있다 그 길 밟으며, 가만 저물녘에 사내들이 돌아온다 저문 날 사내들이 문짝을 젖히며 들어가는 소리 밥그릇들 상머리에서 마구 부딪치는 소리 계속해서 소리들이 귀를 흔든다 그 길에 그.. 처음 읽는 시들... 2012.01.11
내 쪽으로 당긴다는 말 - 정철훈(1959~ ) 내 쪽으로 당긴다는 말- 정철훈(1959~ ) 새벽이 차다 내가 자고 나온 방을 질질 끌고 나온 것 같은 새벽이다 동아줄을 어깨에 감고 무언가를 끌고 있는 느낌 일리야 레삔의 그림에서 배를 끄는 노예들 가운데 내가 끼어 있는 것 같다 실은 아무것도 끌지 않는데 내 쪽으로 끌어당겨지.. 처음 읽는 시들... 2012.01.11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박순원(1965~ )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박순원(1965~ ) 내가 가지고 다니는 전화기는 가짜다 나는 전화기를 척 꺼내서 뭐라고뭐라고 떠드는데 다 거짓말이다 다른 사람들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전화기에서도 무슨 소리가 난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나의 아내가 다 녹음시켜 놓은 것이다 카메라도 달렸는데.. 처음 읽는 시들... 2012.01.11
미니시리즈- 오은(1982~ ) 미니시리즈-오은(1982~ ) 느닷없이 접촉사고 느닷없이 삼각관계 느닷없이 시기질투 느닷없이 풍전등화 느닷없이 수호천사 느닷없이 재벌2세 느닷없이 신데렐라 느닷없이 승승장구 느닷없이 이복형제 느닷없이 행방불명 느닷없이 폐암진단 느닷없이 양심고백 느닷없이 눈물바다 느닷없이.. 처음 읽는 시들... 2012.01.11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 이성복(1952~ )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성복(1952~ ) 시의 첫 구절에 무엇이 들었는지 우리는 모른다. 무심코 지나가는 말이거나 심심풀이로 해본 말, 우리가 말하기 전에 말은 제 빛깔과 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시의 둘째 구절은 무염수태(無染受胎), 교미도 없이 첫 구절에서 나왔지만 빛깔과 .. 처음 읽는 시들... 2012.01.11
쓸쓸 - 문정희(1947~ ) 쓸쓸 - 문정희(1947~ ) 요즘 내가 즐겨 입는 옷은 쓸쓸이네 아침에 일어나 이 옷을 입으면 소름처럼 전신을 에워싸는 삭풍의 감촉 더 깊어질 수 없을 만큼 처연한 겨울 빗소리 사방을 크게 둘러보아도 내 허리를 감싸 주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네 우적우적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식어버린 커.. 처음 읽는 시들... 2012.01.11
새 - 장석주 (1954~ ) 새 - 장석주 (1954~ ) 새, 어떤 규율도 따르지 않는 무리. 새, 허공의 영재(英才)들. 새, 깃털 붙인 질항아리. 새, 작고 가벼운 혈액보관함. 새, 고양이와 바람 사이의 사생아. 새, 공중을 오가는 작은 범선. 새, 지구의 중력장을 망가뜨린 난봉꾼. 새, 떠돌이 풍각쟁이. 새, 살찐 자들을 부끄럽게.. 처음 읽는 시들... 2012.01.11
나무 -안찬수(1964~ ) 나무 -안찬수(1964~ ) 아무도 이 나무의 세월을 다 알지 못한다 나무는 베어진 뒤에야 나이테의 둥근 물결로 자신이 살아온 나날의 바람과 비와 구름을 이야기 할 수 있을 뿐 아무도 이 나무의 세월을 다 알지 못한다 하늘과 바람과 별을 품고 살아가는 나무의 세월을 헤아리는 건 애.. 처음 읽는 시들... 2012.01.11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 김남주(1946~1994)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김남주(1946~1994)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 …)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하겠는가 이 세.. 처음 읽는 시들... 2012.01.11
사과 9개를 남긴 아침의 시-박의상 사과 9개를 남긴 아침의 시-박의상 아침 사과 하나를 먹고 남은 9개를 보네 하나씩 먹으면 아흐레는 더 먹겠군 그러나, 아흐레나 더 나 혼자 어떻게 먹는담 내일 여기 누가 하나 와서 나흘이라도 우리 둘 같이 먹는다면! 셋이 와서 이틀이라도 우리 넷 같이 먹는다면! 그런데, 그러고도 하나가 남는군, .. 처음 읽는 시들... 2011.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