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시들

나의 생애에 흐르는 시간들 - 박인환

~Wonderful World 2020. 6. 18. 07:12

나의 생애에 흐르는 시간들 - 박인환

나의 생애에 흐르는 시간들
가느다란 1년의 안젤루스
어두워지면 길목에서 울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숲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그의 얼굴은
죽은 시인이었다 
늙은 언덕 밑피로
한 계절과 부서진 악기
모이면 지낸날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저만이 슬프다고 
가난을 등지고 노래도 잃은
안개 속으로 들어간 사람아 
이렇게 밝은 밤이면
빛나는 수목이 그립다. 
바람이 찿아와 문은 열리고
찬 눈은 가슴에 떨어진다 
힘없이 반항하던 나는
겨울이라 떠나지 못하겠다. 
밤새우는 가로등

무엇을 기다리나  
나도 서 있다
무한한 과실만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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